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 사라지기 위해 땀 흘리는 사람들


(사)한국피해자지원협회(이하 코바)는 2010년 12월 법무부의 설립인가를 얻어 2011년 3월 ‘범죄피해자지원 법인’으로 등록하면서 시작했다. 설립 당시 발기인들은 이미 지방 법원 등에서 형사조정위원으로 활약하거나 지방 경찰 등과 협력하여 피해자들을 돕고 있던 경제인, 의료인, 법조인 등으로 구성되었는데, ‘범죄피해자들이 가장 먼저, 또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상처가 심리적, 정신적 상처’라는 데 뜻을 같이 하였다.

그래서 코바는 설립 초기부터 ‘피해상담사’라는 전문 자격과정을 마련하고 그동안 1,300여 명에 달하는 전문 피해상담사를 배출함으로써, 범죄피해가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피해자들의 집으로 방문하여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상담하며, 긴급 생활비 지원, 긴급 의료비 지원, 형사사법 절차 안내 등 꼭 필요한 지원을 제공해 왔다.

 

사진 설명/박효순 사단법인 한국피해자지원협회(KOVA) 회장.
사진 설명/박효순 사단법인 한국피해자지원협회(KOVA) 회장.

 

코바는 피해자지원심의위원회, 윤리위원회, 자격관리위원회, 중앙위원회, 상담위원회, 피해자보호위원회, 출판위원회, 후원회원관리위원회, 미래사업위원회, 국제협력위원회 등 9개 위원회를 설치하여 피해자 보호 및 지원에 있어서 분야별 전문성을 확보하는 한편, 코바법률지원단과 코바의료지원단을 조직하고 의료 및 법조 분야 전문가들의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피해자들이 피해 이전의 상태로 완전하게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종합 지원 체계’를 수립하였다.

뿐만 아니라 전국 16개 광역단체 지역에 지부를 설치함으로써, 전국 어디에서도 피해자가 발생하면 즉시 지원에 나설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었다.

이렇게 설립 12주년을 맞는 코바는 이전보다 더욱 전문화하고 외연을 확장하며 완벽한 종합지원이 가능하도록 미션과 비전을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가족들이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지만, 정작 코바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이러니 하게도 ‘사라지는 것’이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코바가 바라는 ‘피해자가 온전히 회복되어 피해자 없는 세상’이나,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이 방관자가 아닌 방어자가 되어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달성하게 되면 가장 먼저 코바가 존재의 가치를 잃는다는 말이다. 때문에 코바와 코바의 가족들을 두고 ‘사라지기 위해 땀 흘리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참 ‘바보’같은 사람들이다. 사회 어느 누구도 알아주지 않고, 심지어 정부나 공공기관으로부터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는데, 자신의 재능, 시간, 돈 등을 쏟아 부으며 타인의 아픔을 같이 짊어지려고 하는 사람들이니 말이다.

매월 일정 금액을 후원하여 코바가 운영되고, 피해자들이 상담, 생활, 의료, 법률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도와주는 회원들, 어디에서 피해자가 발생하면 자신의 가족이라도 되는 듯 바로 찾아가서 상담하는 피해상담사들, 이들을 지원하는 의료인, 법조인, 학자 등, 코바는 스스로 희생하는 바보 같은 사람들이 만든 공동체다.

하지만, 이렇게 자신의 삶을 희생하며 나누는 코바의 가족들이 있기 때문에, 오늘도 우리 사회의 무관심 속에, 자신의 잘못으로 인한 것도 아닌 피해를 홀로 짊어져야 하는 피해자들이 새로운 희망을 가질 수 있다.

나는 코바의 6대 회장으로 선출되면서 우리 코바 가족들의 자부심을 확고히 하고 나아가 우리 사회의 자랑이 되게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이는 그간 코바가 걸어온 길을 자랑하고 코바의 업적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는 코바의 가족들이, 그들의 수고가 오롯이 드러나고 인정받도록 널리 알리겠다는 의지이다.

또한 그로부터 우리 사회 일반이 코바의 가족이 되어 우리 사회 곳곳에 숨은 피해자들로 하여금 더 이상 홀로 있지 않아도 되는, 사회로부터 스스로 고립되지 않아도 되는, 안전하고 회복 가능한 환경을 누리게 하자는 비전이다.

다행히 현재 우리 코바의 이사님들, 지부장님들, 피해상담사님들은 이러한 비전에 동의하고 이전 보다 더 열심히 오늘을 살아내기 위해 땀 흘리고 있다.

하지만, 매번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요청을 받을 때마다 코바의 역량이 부족함을 절감한다. 한 사람의 피해자를 온전히 회복하게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열 명의 후원자가 필요하다.

한 사람의 피해자가 온전히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수 개월에서 수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때문에 피해자를 지원하고 보호하는 일은 ‘가족’이 되지 않고는 감당하기 어렵다. 코바가 우리 사회 일반에게 피해자의 가족이 되어달라고 요청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 코바는 정부와 공공기관에 시대와 환경에 적합한 제도의 마련을 제안하려고 한다. 그리고 피해상담사 교육과정 및 자격유지 조건을 강화하여 더욱 전문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뿐만 아니라 경제인들, 법조인들, 그리고 의료인들 등 우리 사회의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을 영입하고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피해자들이 다시 웃을 수 있도록 지원하려고 한다.

이러한 소망이 그저 바람에서 그치지 않고 현실이 되어 우리 모두가 웃을 수 있을 때까지, 코바는 함께하는 따뜻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위대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글 : 박효순 사단법인 한국피해자지원협회(KOVA) 회장
(現 나루가온에프엔씨(주) 대표이사,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수석부회장, 경찰청 교통심의위원)

저작권자 © 코바뉴스(Kova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동 1327-15번지 스타크 강남빌딩6층(강남대로 53길 8)
  • 대표전화 : 02-545-1509
  • 이메일 : kovanews@naver.com
  • 법인명 : 주식회사 니스마케팅
  • 제호 : 코바뉴스(Kovanews)
  • 사업자등록번호 : 496-81-02076
  • 등록번호 : 서울 아 53721
  • 등록일 : 2021-05-24
  • 발행일 : 2021-05-24
  • 발행·편집인 : 박기량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후 팀장
코바뉴스(Kovanews)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